(자작)시

'태풍 지나간 자리에서' (자작)시

언제나민들레 2012. 9. 11. 21:30

 

                                                                                                             사진  2012. 09. 08 (토요일) '무등산' 서인봉 가는길

 

 

'태풍 지나간 자리에서'

 

 

길다란 간판을 구겨 놓고

아름드리 가로수를 쓰러뜨리며

익어가는 과실을 팽개친 너는

 

어떤 한을 품었기에

이역만리 괴물로 날아들어

그토록 험한 심술을 부린 것이냐

울어야겠지만 울 수 없는 건

설움이 큰만큼 눈물이 무섭고

정신줄 놓을까 두렵기 때문이다

 

삼라만상의 순리를 헤집어 놓은

차갑고 매정한 바람 바람에

낙엽은 빈 가지만을 남기고 말았다

자연이라면 새싹이 오르겠지만

타들어 가는 사람의 가슴엔

언제쯤 새살이 메워질 수 있을까

 

흘리고 놓쳐버린 본연의 모습

또다른 생명을 찾기 위해

태풍 지나간 자리에서 서성거린다

 

 

0. 2012. 09. 08 (토요일) 태풍(볼라벤) 지나간 무등산을 다녀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