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수필

'영광 지존파와 한여인' (자작수필)

언제나민들레 2014. 9. 25. 11:18

                                                                              사진(폰카) 2014. 09. 02 (화요일) 광주광역시 북구 매곡동

 

 

 

'영광 지존파와 한여인'

 

 

 

 

어쩌면 기이한 체험이라고도 할 수 있는

어떤 사건과 한 여인에 관한 이야기이다.

 

우리네 삶이 어떤 때는

나와는 전혀 연관성 없는 사람으로 부터

상상도 할 수 없는 엉뚱한 피해를

당하는 경우가 있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주변인들에 대해 약간의 경계심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도 무방하겠다는

당부를 하고 싶어진다.

또 훗날 추억하고픈 마음에서

이 글을 쓰려고 한다.

 

끔찍한 영광 지존파 사건이 세상에

드러난 것은 지금으로 부터

정확히 20년 전의 일이다.

 

난 우리 직장에서 신임으로 2년차 였고

우리 동료들과 함께 광주 전남에서 일어나는

주로 사회적 주목을 받는 상황을

찾아다니며 한창 활동하던 때였다.

 

벼가 누렇게 익어가고

뒷동산에는 밤송이가 알밤을 바닥에

던지던 요즘 날과 흡사한

94년 어느 가을날 우리 동료들과 함께

영광군 불갑사가 가까운 어느 마을 어귀에

도착하였다.

 

그리고 지존파의 거점 주택을 중심으로

수색을 실시하게 된다.


수색은 지존파가 추가로 사람을 해친 후에

암매장 했을 수도 있다는 가정 하에

집 앞쪽의 냇가 제방

집 옆쪽의 저수지 주변

집 뒷편 야산과 밤나무밭 등에 대해

쇠꼬챙이 등을 이용하여 샅샅이

살피는 일이었다.

 

그런 후 몇명의 동료들과 함께

약 한달 가량 그 집에서 숙식하며

현장 증거보존 업무를 맡으며

지내게 되었다.

 

먼저 이 집에서 보고 느낀점을 간단히

이야기 하고 지존파 이야기를

하기로 한다.

 

시골 마을 입구에 위치한 현장 주택은

단층 슬라브 주택(코크리트 구조)으로 보통

크기의 건물 구조로 보였다.

 

마당은 사각형으로 약 100평 정도 되어

보여 넓은 편이고

마당 가운데는 불을 피웠던

흔적이 있었다.

 

마당가에는 브로크 담장이 둘러섰고

대문은 높고 넓은 크기의

철재 대문으로

대문을 들어서면 정면으로는 주택이고

주택 좌측에는 창고인데

셧터가 설치되어 있다.

 

주택과 대문 등 외벽에는 연초록과 연분홍의

페인트가 칠해져 있어서 집이

예쁘게도 보여졌다.

 

창고에는 완전 신차로 보이는 검정 뉴그랜저가

본닛이 열린 상태로 부분 해체되어 있는데

이는 증거를 없애 완전 범죄를

하기 위함이었다.

 

뉴그랜저가 있는 좌측 아래 바닥에는

지하 통로 구멍을 철판으로 가려

위장을 해 두었고

철판을 한쪽으로 밀치면 한사람이 통과할수

있는 지하(1층)로 이어지는데

사다리가 설치되어 있다.

 

짧다란 사다리를 내려서면

공기총 사격 연습을 했던 공사판에서 쓰는

판자(매직으로 원형 표적이 그려짐)가

벽에 기대어 서 있고

 

옆에는 약 1.5드럼 들이 난방용 보일러

기름통이 있으며 그 앞쪽으로는

불을 강하게 뿜어댈 수 있는

기름 버너가 놓여 있다.

버너 앞에는 소각로가 벽에 붙은 형식으로

시설되어 있으며

 

소각로의 크기는 대략 가로 약 1미터

세로 약 1.5미터 깊이가 약 1미터 크기로

여기에는 건축현장에서 쓰는 굵은 철근을

잘라서 석쇠를 만들어 놓아 소각하는데

용이하도록 하였다.

 

소각로 윗쪽에는 연기가 뒷편 골목으로

빠질 수 있게 대형 환풍기와 보통 크기의

환풍기 하나씩을 각각 설치하였다.

이것들은 모두 새까맣게 그을렀고

소각로의 검은재와 함께 역겨운 냄새를

풍겨대므로 비위가 상해 속이

울렁이기도 하였다.

 

무엇보다 기가 막힌건

지하실 대부분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감옥이었다.


감옥은 가운데 통로를 기준해서 볼때 양편으로

침상을 설치하여 군 내부반을 연상하게 했지만

여기도 마찬가지로 굵은 철근을 체크무늬

형식으로 용접해서 철창을 설치하고

 

철문과 시정 장치 그리고 음식물을 넣어주는

배식구 등의 장치도 만들고 내부에는 수도꼭지

하나를 달아 놓았다.

벽과 바닥에 혈흔이 있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영광 지존파는

20대 초반의 주로 영광 출신의 청년들로

결성된 6명의 범죄단체 조직으로

이들은 93년 부터 약 1년 동안

5명의 남녀를 납치하는 방법 등으로 살해 암매장하고

소각로에서 불태우고 그중 한명은 인육을 먹고

냉동실에 보관도 했다고 한다.

 

경기도 양평에서 드라이브를 즐기던

남녀를 납치하여 남자는 살해하고 여자도

죽이려 했으나 죽이지 말고 이용하자는

조직원이 있어서 싸움이 있었다고 한다.

 

여기서 생존한 한 여인이 극적으로 탈출하면서

사건이 세상에 드러나게 된다.

 

지존파 6명은 모두 사형 선고를 받고

그로 부터 약 1년 후에 사형이 집행되어

세상에서 사라지고 없지만

 

만일 이 여인이 탈출에 성공하지 못했다면

얼마나 많은 희생자가 생겼을 것인지

상상 조차도 하기 싫어진다.

 

그 현장에서 한달 가량을 지내면서 실제로

오밤중에 화장실에 가는것이 꺼려졌다.

화장실은 지하실 쪽에 위치해 있고

한쪽에는 보일러실이 딸려있어서

밤에는 매캐한 탄냄새가 더 심한거 같아

무섭게 여겨졌다.

 

한을 품은 희생자중 누군가가 불쑥 나타나서

" 너희들 왜 이제 왔어. 왜 이제 왔어 "

라며 금방 달려들것 같았다.

 

그런데 세상은 참 넓고도

좁다는 생각이다.

지금 부터 약 3년 전에 나와 동료들은

실제로 그 여인을 본의 아니게

두차례나 만나볼 수 있었다.

 

난 그런 만남이 참으로

기이한 경험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 사건으로 부터 17년의 세월이 흘렀기에

그 여인은 젊은 아가씨의 모습은 아니었으나

예쁘장한 얼굴 모습이었고

내 앞에서는 별 말이 없었다.

 

이 여인의 명예를 생각해서 더 이상의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한다.

 

한적한 곳에서 낯선 사람을 만난다면

중대한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는 생각은

꼭 필요한 것이다.

실제로 그렇게 사고를 당한 사람들이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누구나 때와 장소에 따라서

자신의 안전을 돌보며 살아가야 할 이유가

있다는 말을 남기고 싶다. 끝.

 

 

 

ㅇ. 2014. 09. 25 (목요일) 지난 날들을 회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