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수필

'지금 장난 치는 거요'

언제나민들레 2011. 12. 18. 20:17

 

                                                                                                      사진 2011. 11. 25 (금요일) 순천만에서 바라본 '앵무산'(고향마을) 

 

 

'지금 장난 치는 거요'

 

 

어제 밤시간이 늦어지고 있을 때

고속도로와 가까운 거리에 있는 주유소에

'시비'가 있다고 하여 가보게 되었다 

 

주유소 사무실에 도착하여 보니

나이 지긋해 보이는 주유소 업주와

우리와 나이가 비슷해 보이는 소형 영업용 화물차량 차주

이 두사람이 이미 한판 다툼을 벌였는지

사무실은 바깓 기온 보다 차가운

냉기가 흐르고 있었다

 

먼저 화물차량 차주가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흥분된 어조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내가 오늘 아침에 웃지방에 올라 가려고

저 화물차에 물건을 싣고 와서

여기서 기름을 넣었는데

차량 기름통 캡을 잠그지 않아

커브길에서 기름이 쏟아지고

운행을 하지 못해 고속도로에서 차를 세우고

이곳에 전화를 걸어 캡을 갖다 달라고 하여 

25분을 기다렸다가 출발을 했어요.

 

"오후 2시까지 시간을 맞추려고 140킬로(시속)로

고속도로를 달려 기름이 많이 허비되었고

힘들게 도착해 보니 시간도 30분이나 늦어서

얼마나 성질이 났는지 몰라요"

 

"그래서 일을 마치고 이곳에 다시 와서

이런 이야기를 하고

1만원 어치만 더 넣어 달라고 하였더니

5천원 어치만 넣어 주기에

 

'지금 장난 치는 거요'라고 했더니

아저씨들을 부르더라고요"라고 말하며

흥분을 가라 앉히질 않는다

 

이번엔 주유소 업주가 이야기를 한다

 

"아침에 있었던 일은 내가 그런 것이 아니고

우리 아르바이트생이 실수를 했기에

내가 캡을 가지고 고속도로까지 가서

갖다 주었고

그 일로 알바생은 일을 그만 두겠다며 가버려

이 일에 관해서는 나도 피해자입니다.

 

"그래도 예의를 지킨다며

5천원 어치를 넣어 주었더니

'지금 장난 치냐'며

때릴듯이 달려 들기에 불안해서 부른 것입니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모두 들어 본 우리는

두 사람간 거래 관계에서 발생한 과실로

우리 업무와는 거리감이 있는 사항이니 

대화로서 풀어 보시라고 하였더니

다시 한판 실랑이를 하는 것이다

 

옆 직원은 '두 사람이 알아서 하도록 두고 가자'며

옷소매를 잡고 재촉을 하였지만

이런 경우 그대로 가게 되면

뜻밖의 사고가 날 수도 있다는 걸

경험을 통해 알고 있는 나는

간접적인 중재안을 내 놓게 된다

 

먼저 업주를 한쪽으로 불러서

 

"제 개인적인 생각인데요

이런 일이 생긴 것은 주유소 측이 원인제공을

했던 때문이라고 보여지고 

차주 분도 오늘 몸고생 마음고생을

많이 하셨을 것이고

위험 부담까지 가지셨을 거 같은데

조금만 양보 하셔서 3천원만 더

생각해 주시면 어떻겠습니까.

가만히 보니 차주 분이 그대로는 가지 않고

오기를 부릴지도 모르겠는데요"라고 하였더니

바로 "그럽시다"라고 하므로

 

다시 차주를 불러

"저기 업주께서 3천원을 양보 하신다니

그거 넣으시고 이제 그만 하시면 어떻겠습니까"하였더니

침묵을 지키며

눈으로 오케이 사인을 보내 온다

 

나를 포함한 세사람이

묵묵히 주유소 앞에 서 있는

화물차량으로 다가가서 3천원 어치 경유를 주유하니

차주가 차에 올라 주유소를 빠져 나간다

 

업주는 우리에게 미안했던지

차한잔 하고 가라고 권했지만

또 가봐야 할데가 있다며 돌아서 오게 된다

 

알바생의 작은 실수로

자칫 큰 싸움이 될 수도 있었던 일을

적절하게 잘 대처한 거 같아

밤 기분이 좋아진 거 같았다.

 

 

0. 2011. 12. 17 (일요일) 야근을 마친 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