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2011. 4. 23 (토요일) '불갑사'앞 - 영광
'윤아의 시련'
빗줄기 굵어지는
밤늦은 도심 거리엔
눈에 띄게 행인들이 줄어 들었다
새싹 무성해진 나무들이
가로등 불빛을 숨기고 있는
공원의 한쪽 귀퉁이 부분
모텔들이 모여있는 그곳에서
청소년을 보호하고 있다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되었다
도착하여 보니
긴 생머리를 늘어 뜨리고
고개를 숙인 열일곱살 윤아 앞에
모텔 업주로 보이는 남자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업주의 말에 의하면
윤아의 집은 전주라고 하는데
어떤 이유로 광주까지 오게 되었다가
장기 투숙객에게 발견되었고
공중전화 부스에서
비를 피하고 있는 윤아에게
호의를 베푸는 투숙객을 따라 왔다고 한다
하지만 여자 아이를 데리고
모텔에 들어갈 수 없다는
업주의 제지로 우리를 만나게 된 것이다
우리는 그 투숙객의 행동에서
어떤 불순한 의도를 발견할 수 없음을
윤아에게서도 확인 받을 수 있어 다행이라 여기고
사무실로 자리를 옮겼다
윤아를 가급적이면 빠르고 안전한 방법으로
보호자에게 인계할 방법을 찾아 보기로 하고
윤아의 신상을 물어보고
사연을 들어보게 되었다
이야기를 시작하는 열일곱 윤아의 얼굴에는
스무살 정도의 성인이 겪었을
설움의 그림자가 짙게 묻어 있었다
윤아는 두살 때 아빠가 돌아 가시고
엄마는 재혼을 하여 남동생을 하나 두셨으나
엄마도 중학교 일학년 때 돌아 가셨다고 한다
남동생이 어디에 살고 있는지를 모른다는
윤아의 말을 살펴보면
남동생은 아마도 어딘가로 입양되어
보내졌던 것으로 보여진다
윤아는 새아빠와 단둘이 살다가
고아원이라고 하는 시설에서
지내기도 하다가 적응을 하지 못해
그곳을 나오고
고등학교도 얼마만에 자퇴하였다는 것이다
현재 새아빠는 기초생활 수급자로
하는일 없이 지내며
건강이 그렇게 좋지를 않아
생활력이 없다고 한다
그렇지만 집에는 들어가고 싶지 않다는
윤아를 설득해 보기도 하였으나
마음을 돌리기 어렵다는 생각에
다시 복지 시설로 돌아가서
학업을 계속 할 수 있도록 충고 하였다
다행히 윤아는 내 조언을 받아 들이고
시설에 가서 다시 학교에도 다니겠다는
약속을 해 주었다
빗속을 달리는 차량 안에서
마치 자식을 군대에 보내는 심정으로
주로 정신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말들을 많이 해 주었다
아니 내가 윤아에게 세상에서 해줄 수 있는
마지막 말들을 해 주었다고 해야
좋을 거 같다
서너평 남짓한 구청 당직실에
윤아를 넘기고 돌아서던 마음이
얼마나 씁쓸했는지 모른다
윤아야
이제 곧 성인이 될테니
조금만 더 참으면 좋겠다
약속 잊지 않길 바라며
늘 건강해라
그리고 조금만 더 밝은 표정으로
살아가길 바란다
0. 2011. 4. 25 (월요일) 밤 근무 후...
0. 윤아라는 이름은 그 아이를 생각해 '가명'을 사용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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