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요양병원의 어머니' (자작시)

언제나민들레 2016. 3. 1. 01:16

  사진(폰카) 2016. 02. 23(화요일) 어느 요양병원

 

 



'요양병원의 어머니'

 


 

차창에 달라붙은 봄볕과는 다르게

실성한 찬바람이 거리를 쏘다닌다

중환자실로 통하는 주방엔

비닐봉지마다 미음이 준비되고

침대 신세의 할머니들은

기력없는 눈만 껌뻑이고 있다

우성아 우성아

얼른 집에 가자

적막을 깨는 어느 할머니의 부름에

뒷뜰 산바람도 가던길을 멈춘다

눈을 감은채 시종일관

합죽이 입을 오물거리는 할머니

그 옆자리 내 어머니는

노랫말을 반복해서 읊어댄다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마라

녹두꽃이 떨어지면 청포장수 울고간다

분명 병실엔 형용하기 어려운

서글픈 분위기가 장식되고 있지만

돌보미의 손길은 능숙하고

표정은 그저 담담할 뿐이다

우성아 우성아 집에 가자

또다시 할머니의 음성이 갈라진다

잠시 사색에 잠긴 내 어머니는

먼 옛날 친정마을 바닷가에서

조개줍는 소녀가 된다

 

 

ㅇ. 2016. 02. 23(화요일) '어느 요양병원'을 다녀온 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