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눈 내리던 날' (자작)시

언제나민들레 2012. 12. 11. 21:23

 

                                                                                                                                  사진 2012. 11. 28 (수) '광주천'

 

 

 

'눈 내리던 날'

 

 

 

 

스멀거리며 오르던 연기가

한가닥 바람에 떠밀려

일순간 흩어졌다 사라지면

대나무에 핀 고결한 눈꽃도

오랜시간이 지나지 않아

피고 지기를 반복한다

 

홀연히 날아든 참새들이

짚더미 곳곳을 후비며

낱알 찾아 뒤적거릴 때

장사와 휴식을 겸할 요량으로

해창댁 아주머니가 생선대야를 이고

대문을 들어선다

 

말랑 말랑하게 잘 삶아진

고구마 한 소쿠리를 내오시고

양푼에 동치미도 준비하신 어머니

아버지가 힘겹게 지고 오시는

덜마른 솔가지다발 위에도

벌써 눈이 쌓여있다

 

마루에 올라앉은 아버지의

구멍난 양말과 까칠한 손등은

내 마음을 춥게 했지만

김 오르는 고구마를 드시던

아버지와 해창댁 아주머니를 보며

마음은 다시 포근해진다

 

누가 찾지도 기다리지도 않는

골목을 내달리다 돌아보면

누런 가오리연과 흰둥이가

꼬리를 흔들며 따르고

텅비어 쓸쓸해진 들판과 산천엔

어여쁜 꽃잎들이 소복하다

 

 

 

0. 어린시절 '눈 내리던 날'을 회상하던 날에...

     (2012. 12. 10.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