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수필

'다시 사랑하지 않으리'

언제나민들레 2011. 3. 16. 09:40

 

'다시 사랑하지 않으리'

 

(김상옥의 자전 실화소설 '하얀 기억 속의 너'의 속편으로

(자작)수필 '하얀 기억 속의 너'를 읽음으로 이해할 수 있는 스토리임)

 

 

사실 수빈은 시댁에서 쫓겨난 후

여러지방을 떠돌며 살다가

동해안 바닷가 하광정에서 장사를 하게 된다

 

그러면서 자신의 어려운 장사를 옆에서 잘 도와주는

남자를 만나 함께 살게 되는데

남자는 이미 아이 셋을 데리고 있었다

 

그로부터 얼마 만큼의 세월이 흐르고

수빈의 남편이 세상을 떠나면서

수빈은 남겨진 세 아이를 키우며

세상과 맞선다

 

그리고 수빈이 오십의 나이를 바라볼 때

늘 피로한 몸이 자주 아프기도 하면서

신장암이란 진단을 받고 투병하지만

치료 시기를 놓쳐 병은 점점 깊어만 간다

 

수빈의 나이 쉰넷

이제 수빈은 병이 몸 전체에 전이되는

단계에 이르면서 어떤 날에는

정신을 잃고 쓰러질 때도 있다

 

수빈은 항암치료가 너무 힘들고 통증이 심해

거의 날마다 죽고 싶어 하다가도

상옥을 만나면 잠시 호전되기도 하고 행복해 진다

 

상옥은 어떻게든 수빈을 살려 보려하지만

운명의 여신은 냉혹한 현실만을 확인시켜 줄 뿐

다른 도움은 일체 주지 않는다

 

상옥은 수빈의 병이 자신을 만나 살고

시댁에서 쫓겨 나면서 생긴 화병이라며

항상 미안해 하고 자책한다

 

그럴 때마다 수빈은

"오빠 그런게 아니니 그런 말 하지 마세요"라는

예쁘고 고운 마음을 보인다

 

상옥은 회생 가능성이 없는 수빈과

이별여행을 떠나기로 마음을 정하고

죽음을 앞둔 수빈도 소녀처럼 설렌다

 

여행의 첫번째 행선지는

상옥과 첫사랑의 추억이 많은 장충동 수빈의 옛 한옥집으로

수빈의 부모님은 이미 별세 하시고

베트남 전에 참전하였던 현식 오빠도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오랜 세월 동안 찾지 못해 그토록 그리웠던

한옥집이 사라지고 대신 그 자리엔

다른 건물이 들어서 있다

 

기대가 커서 실망도 컸던지 수빈은 한차례  흐느껴 울었으나

자세히 보니 현식 오빠가 중학생 때

아빠와 함께 심었던 감나무가 아직 남아 있다

 

현식 오빠는 감꽃이 떨어지면

그것을 실에 꿰어 수빈의 목에 걸어주곤 했는데

수빈은 그런 오빠가 너무 좋았다

 

수빈은 지난 날을 회상하는지

한시간 동안 감나무를 바라보며 움직이지 않고 있다가

다음 행선지로 떠난다

 

상옥은 이번 여행을 위해 섬세한 준비를 하였다

봉고차를 특별히 개조하여 침대와 산소 마스크도 구비되어 있고

수빈은 여행 도중 침대 신세를 많이 지게 된다

 

수빈이 가장 가보고 싶어 한 곳은

시댁 마을 뒷동산으로

낳자 마자 하늘나라로 떠난 아이의 무덤이다

 

수빈은 시댁에서 쫓겨난 후로 한번도 그 아이를

잊어 본 적이 없었다고 말하고

많은 세월이 흘러 상옥 오빠의 얼굴이 쉽게 떠오르지 않아

가물 거릴 때 그 아이를 떠올리면

상옥 오빠의 얼굴이 그려지더라는 것이다

 

항암 치료후 몇가닥 남지 않은 머릿결을

빗으로 넘기는 수빈은 상옥의 눈에 여전히

아름다운 소녀로 보인다

 

갸날프고 여리지만 착하고

고운 심성을 지닌 천사같은 수빈을

이제 놓아 주어야 할 시간이 다 되어간다

 

얼마만인가 수빈은 한차례

상옥의 품에 안겨 행복해 하지만

그건 아주 짧은 순간이었다

 

수빈은 짧은 여행 도중 급하게 병원으로 후송되고

그곳에서 서럽지만 누구보다 더 아름다운 일생을

쉰넷으로 마감한다

 

수빈이 떠난 날 하늘도 슬퍼하며

하얀 겨울 눈물을 흩날렸다

 

수빈의 넋은 이제 슬픔이 멈춘

동해안 하광정 바다 위에서

자유롭고 행복해 한다

 

상옥은 수빈과의 사랑을 끝으로

'다시 사랑하지 않으리'라는

마음을 갖는다.

 

 

0. 2011. 3. 14. 김상옥의 자전 실화소설 '다시 사랑하지 않으리'를 읽은 후...

    (김상옥은 현재 연세가 약 60대 중반 가량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