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 소 유' (법정스님)
'무 소 유' (법정스님)
우리 강아지 긴 이야기 해줄까
짧은 이야기 해줄까
할머니의 가슴에 안기면
재미있는 옛날 이야기가 있고
포근한 단잠이 있고
자유로운 갈매기 처럼
꿈 속 날개짓을 할 수 있어 좋다
소년의 부모님은 해남땅 우수영의 바닷가 마을에서
결혼하여 살았으나
두 사람은 채 정이 들기도 전에
부친이 세상을 일찍 떠나시고
할머니와 어머니는 소년과 함께
작은 아버지댁에
얹혀 살았다고 한다
그렇게 얼마의 세월이 흐르고
한국 전쟁이 끝난 후
나이 스물 두살의 청년이 봄을 맞이할 때 쯤
출가하기로 마음을 정한다
출가하여 효봉스님을 만난 청년은
법정이라는 법명을 받고
행자스님으로 스님의 길을 걷기 시작하고
이어서 사미스님의 계를 받아
하동 쌍계사에 머무른다
효봉스님은 여러차례 법정스님에게 계율, 선정, 지혜라는
삼학을 닦아 불도를 이루라고 가르치고
무소유가 무엇인지 스스로 보여 주신다
효봉스님을 모시던 어느날
그분의 바랑에 들어있던 비누조각 하나를 발견하고
"스님 비누 하나 마련해야 하겠습니다"라고 하니
효봉스님은 "그것은 금강산에서 삼십년 전에
받은 선물인데 그것 하나 있으면 되었지
두개는 군더더기일 뿐이야, 되었다" 하신다
법정스님이 송광사 불일암에 기거 하실 때의
한 일화라고 한다
어느날 젊은 사람이 찾아와
스님께 한말씀 내려달라는 청을 하고
이에 스님은 들려줄 좋은 이야기가 없다라고 하시며
"지금까지 그대가 세상을 살아오면서
들어왔던 좋은 이야기가 얼마나 많은가
그것들을 몸소 실천하면 될 것을"하셨다 한다
또 어느 가을날엔 방문객과 함께
불일암 주변을 산책 하시며
'으악새'가 무엇인지를 설명하신다
"요즘 사람들은 으악새라고 하면 그런새가 전설 속에나
나오는 새라고 아는데 옛날에는 저것을
으악새라고 했어요"
법정스님이 가르킨 것은
가을 햇살을 받아 잘 피어 오른
억새풀 꽃이었다
"으악새가 참 아름답고 운치있지요"라며
가을날의 아름다움을 말씀하셨다고 한다
법정스님은 늘 승가의 생명력은 청정성, 진실성에
있다라고 강조 하시며 진담반, 농담반으로
"중은 믿을게 못된다. 집 버리고 떠나온 사람을 어떻게 믿느냐"라며
오직 부처님 말씀만 잘 따르라고 설법 하신다
그리고 법정스님 자신이 폐암 말기인 것을 알고
"살아 있는 모든 것은 때가 되면 생을 마감한다"하시며
병원에서의 연명 치료를 거부 하시고
내가 죽거든 관을 짜지 말고
승복이면 족하니 수의를 입히지 마라
장례의식을 치르지 말고 간소하게 다비(화장)하라 하셨고
입적하신 전날에는
"내 것이라고 하는 것이 남아 있다면 모두 맑고
향기로운 사회 구현 활동에 사용하여 달라
일체의 장례의식을 행하지 말고
관과 수의를 마련하지도 말고
화환 부의금을 받지 말라
삼일장을 하지 말고 지체없이 화장하라
승복 입은 채로 화장하고 사리를 찾지 말고
탑도 비도 세우지 마라."
법정의 세상 나이 칠십 구세
스님 나이 오십 구세였던
이천십년 삼월 십일일 오후 두시가 가까운 시각
길상사에서 입적하신다
입적하신 스님의 지갑 안에는
첫째 과속 문화에서 탈피하기
둘째 아낌없이 나누기
셋째 보다 따뜻하고 친절하기
넷째 놓아두고 가기라고 생활수칙을 써 놓으신
메모지가 발견된다
추모객들로 넘쳐나는 송광사에는
삼십리 국도변까지 차량들로 들어 차
온통 주차장이 되었다고 한다
스님의 다비장은 불일암이 있는
가파른 산길 끝 편백나무 숲 속에서
간소하게 치뤄진다
때마침 불일암 축대 밑에는
노란 수선화 다섯 송이가 피어 올라
법정스님의 가시는 길을 추모하였다
0. 2011. 3. 7. 소설 '무소유'를 읽은 후...
0. 법정스님 : 1932. 10월 해남군 문내면 선두리 출생
1954. 2월 출가 하심
1975. 10월 송광사로 오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