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수필

'중학생 봉훈이'

언제나민들레 2010. 12. 11. 22:58

 

 

중학생 봉훈이

 

 

늦은밤 오랜지빛 가로등은

썰렁한 눈으로

밤을 지킨다

 

겨울 점퍼를 걸치지 않은

훌쩍마른 중학생 봉훈이

 

양손을 후후 불며 망설이다

어렵게 꺼낸

말 한마디

 

아저씨 막차를 놓쳤는데요

작은 목소리엔 생기가 없고

춥고 배고픔에 지쳤는지

많이 힘들어 보인다

 

봉훈이는 시골 할머니 댁에서 살고

더 어린 나이에

부모님 두분을 차례로 여의었다

 

자정까지도 저녁식사를 하지 못하고

라면을 먹고 싶어하는 봉훈이가

라면을 만나자 한수저의 국물도

남기지 않는다

 

그리고 사무실 구석에서

어렵게 잠을 이룬 봉훈이는

밤새 들이닥친 술꾼들 큰소리에

더더욱 힘들었다

 

버스 터미널의 새벽이

어둠을 걷어내고 있는 시간

첫차는 한참이나 멀었는데

터미널을 향해 마구 뛰어가는 뒷모습

 

어린이집에서 배운

노래와 율동으로

막내딸이 재롱을 피운다

 

좀처럼 웃음짓지 않던

봉훈이의 씁쓸한 표정이

되살아 난다

 

십년 이십년 후에

변해 있을

의젓한 모습의 봉훈이를 그려본다

 

 

0. 2007. 12. 8. 추운밤 사무실을 방문한 봉훈이를 만난 날...